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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복생의 ‘여인, 호랑이 그리고 변신 거미’

먼저 아트링크 갤러리에서 열리는 정복생의 개인전 ‘여인, 호랑이 그리고 변신 거미’를 마음 깊이 축하한다. 같은 미술가로서 깊은 감흥과 설레는 마음으로 그녀의 작품에 대해 몇 번이고 썼다 지우기를 반복했다. 이 글은 정복생의 전시 작품에 대한 작은 증언이다.

커다란 창으로 해가 많이 드는 그녀의 뉴욕 작업실은 언제나 재봉틀 소리가 요란하고 그 소리보다 더 큰 바흐의 음악이 진동한다. 그리고 언제나 기괴하리만큼 식물들이 무성히 자란다. 정복생은 언제 어디서나 만들기를 멈추지 못한다. 주체할 수 없을 만큼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만들어낸다. 그리고 그것들은 미술 제도 안에서 작품이라고 이름 붙여지기도 전에 나를 포함한 많은 작가들에게 선사되어, 창작에 도움이 되는 영감을 주었다. 이 오랫 동안의 그러한 조건 없는 선물행위를 통하여 정복생의 아티스트 에고는 너무나도 작고 가벼워졌다. 이런 과정 중에 그녀의 ‘여인, 호랑이 그리고 변신 거미’가 탄생했다.

정복생의 ‘여인, 호랑이 그리고 변신 거미’는 부드러운 조각 위의 회화라고 말하고 싶다. 전반적인 제작 방식은 정복생 자신이 그린 드로잉을 바탕으로, 3차원의 입체물로 구현해 내기 위해 대상에 맞는 질감과 색채의 천이나 가죽을 선택한 후 봉제 인형을 만드는 방식과 같이 재단하고 재봉질하여 솜으로 채우는 것이다. 그리고 그 표면을 캔바스 삼아 그림을 그려 넣음으로써 완성하는 것이다.

먼저 ‘여인’ 시리즈는 76점의 여인상들이 마치 장엄한 행렬과도 같이 두 줄로 늘어서 있다. 단청처럼 선명한 색의 가죽으로 제작된 여인들이 한복을 입고 단정한 자세로 바로 서서 정면을 응시하고 있는데 각각의 얼굴 표현이나 디테일들이 미세한 차이를 보인다.

‘호랑이’ 시리즈는 흰색 가죽, 홍찻물을 들인 무명, 삼베, 낡은 청바지로 제작된다. 몸체를 만든 후에는 먹물, 잉크 그리고 아크릴 물감으로 호랑이 위에 얼굴과 무늬를 그려 넣기도 하고 어떤 것들은 대나무, 매화, 연꽃, 소나무가 있는 풍경을 그려 넣는다. 그리고 그 위에 여인이 타고 있는 것도 있다.

정복생의 작품에서 드로잉은 아주 중요하다. 이 드로잉의 묘미는 변신 거미에 잘 나타나는데, 광목으로 된 변신 거미의 얼굴은 원래 텅 비어 있었다. 그 빈 얼굴을 캔바스 삼아 릴케, 김수영, 김영태, 모짜르트, 라흐마니노프, 백남준, 공옥진 이런 예술가들의 얼굴을 슥슥 그려 넣는다. 완성된 변신 거미는 전시장 천정에 주렁주렁 매달려 설치된다. 그 예술가 변신 거미들은 수많은 예술의 씨줄과 날줄을 펼쳐 우리를 감싸고, 우리를 그들의 예술 영토 안으로 초대하는 것 같은데, 그 곳은 정복생이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곳이며 정말 리얼한 세계이다.

정복생은 고도의 감각을 가지고 있다. 어떠한 고등교육으로도 얻을 수 없는 이 감각은 어쩌면 그녀에게 업이고 운명이다. 그리고 그녀에게는 이에 못지 않은 엄청난 손재주까지 있다. 이로써 그녀의 몸이 입력과 출력이 원활한, 섬세한 예술기계가 되는 것 같다. 이번 전시를 통해 그녀는 우리에게 그녀가 오랜 시간 동안 숙성시켜온 너무나 신기한 미술의 진수를 보여준다. 드디어 정복생의 작품이 이 예술 영토 안에서 두려움 없는 번식을 이루리라 믿는다. 이제 시작이다.

- 미술가 이수경 -